[통계와 투자 02] 세 종목을 섞었더니 위험이 줄었다 — 마코위츠 포트폴리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세 종목을 샀다고 해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세 종목을 샀다고 해보자.
각 종목의 변동성이 각각 20%, 30%, 25%라면 얼핏 이런 생각이 든다.
“세 종목을 똑같이 샀으니 변동성도 평균인 25% 정도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계산해보면 그렇지 않다.
이번 글에서 사용할 가정에서는 세 종목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약 19.7%까지 내려간다.
종목의 변동성이 갑자기 작아진 것도 아닌데, 왜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줄어드는 걸까?
그 답이 바로 해리 마코위츠가 1952년 제시한 포트폴리오 이론에 있다.
수익은 평균낼 수 있지만 위험은 평균낼 수 없다
먼저 세 종목의 기대수익률과 변동성을 다음과 같이 가정해보자.
- 삼성전자: 기대수익률 8%, 변동성 20%
- SK하이닉스: 기대수익률 12%, 변동성 30%
- NAVER: 기대수익률 10%, 변동성 25%
세 종목에 동일하게 투자한다면 각 종목의 투자비중은
이다.
먼저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부터 계산해보자.
따라서
즉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10%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다.
세 종목에 같은 비중으로 투자했으니
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기대수익률은 투자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하면 된다.
그런데 위험은 그렇게 계산되지 않는다.
변동성을 그냥 평균내면 왜 안 될까
세 종목의 변동성은
이다.
단순 평균을 계산하면
다.
하지만 이것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아니다.
왜냐하면 포트폴리오 안에서는 한 종목의 움직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목들이 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하락할 때 SK하이닉스도 항상 같이 떨어지는지, NAVER는 반대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별 관계 없이 움직이는지에 따라 포트폴리오 전체의 흔들림이 달라진다.
마코위츠의 중요한 통찰은 바로 여기에 있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개별 종목 위험의 평균이 아니라 종목 사이의 공분산까지 포함해서 계산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분산의 일반식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앞부분은 각 종목 자체의 위험이다.
뒷부분은 서로 다른 종목이 함께 움직이는 정도다.
즉 포트폴리오 위험에는 종목 자체의 위험과 종목 사이의 관계가 동시에 들어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함께 움직인다면
공분산은 조금 낯설다.
그래서 실제로는 상관계수를 이용해 생각하면 훨씬 직관적이다.
공분산과 상관계수의 관계는
이다.
여기서 는 두 종목의 상관계수다.
이번 예제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정해보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삼성전자와 NAVER:
- SK하이닉스와 NAVER: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같은 반도체 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비교적 높은 상관계수인 0.8을 가정했다.
NAVER는 두 반도체 종목과 상대적으로 덜 함께 움직인다고 보고 낮은 값을 넣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숫자들은 실제 시장에서 계산한 값이 아니라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값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분산은
이므로
이 된다.
상관계수가 높을수록 두 종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반대로 상관계수가 낮으면 한 종목이 움직일 때 다른 종목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차이가 분산투자의 효과를 만든다.
세 종목의 위험을 직접 계산해보자
이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세 종목의 포트폴리오 분산을 계산해보자.
세 종목의 경우 식을 모두 펼치면 다음과 같다.
각 종목에 씩 투자하고 앞에서 정한 숫자를 넣으면
계산하면
가 된다.
이 값은 분산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변동성은 표준편차이므로 제곱근을 취해야 한다.
따라서
즉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약 19.7%다.
처음에 단순 평균으로 계산했던 숫자는 25%였다.
세 종목의 개별 변동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변동성은 여전히 20%이고, SK하이닉스는 30%, NAVER는 25%다.
그런데 이 세 종목이 완전히 똑같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안에서 서로의 움직임이 일부 상쇄된다.
바로 이것이 분산투자가 위험을 낮추는 원리다.
만약 세 종목이 완전히 같이 움직인다면
이번에는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세 종목 사이의 상관계수가 전부
이라고 가정한다.
상관계수 1이라는 것은 한 종목이 움직일 때 다른 종목도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경우 종목 이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로 서로 다르더라도 위험 측면에서는 분산효과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상관관계가 낮아지면 서로의 움직임을 상쇄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분산투자를 단순히 “종목을 여러 개 사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부족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함께 보유하는 것”에 가깝다.
마코위츠가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하게 본 것도 바로 이 관계다.
그런데 8%, 20%, 0.8은 어디서 나온 걸까
여기까지 계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삼성전자의 기대수익률이 왜 8%일까?
변동성이 왜 20%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관계수가 정말 0.8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실제 투자에서는 이 숫자들을 추정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과거 수익률로 평균과 표준편차를 계산할 수는 있지만, 과거의 평균수익률이 미래의 기대수익률과 같다는 보장은 없다.
변동성 역시 계산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상관관계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실제 투자에서는
- 기대수익률을 어떤 방법으로 추정할 것인가
- 변동성을 얼마의 기간으로 계산할 것인가
- 최근의 상관관계를 미래에도 사용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까지 한꺼번에 다루면 이번 글의 핵심이 흐려진다.
이번 글에서는 기대수익률, 변동성, 상관계수를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했다.
이 값들을 실제 데이터로 어떻게 추정하는지는 별도의 글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마코위츠가 바꾼 것은 무엇일까
마코위츠 이전에도 투자자들은 당연히 여러 종목에 돈을 나누어 투자했다.
하지만 마코위츠는 그것을 단순한 경험칙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문제로 만들었다.
포트폴리오 기대수익률은
로 계산하고,
포트폴리오 위험은
로 계산한다.
즉 투자자는 이제 “좋아 보이는 종목을 몇 개 살까?”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종목들을 함께 보유했을 때 전체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움직일까?”
를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런데 아직 한 가지를 마음대로 정했다
여기까지 모든 계산을 끝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우리는 아주 중요한 숫자 하나를 처음부터 마음대로 정했다.
바로 투자비중이다.
이번에는 편의를 위해
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를 똑같이 33.3%씩 산 것이다.
그런데 꼭 이렇게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삼성전자 50%, SK하이닉스 20%, NAVER 30%는 어떨까?
또는
로 나누면 어떨까?
비중이 바뀌면 기대수익률도 변한다.
그리고 위험도 변한다.
같은 세 종목만 가지고도 투자비중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남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를 각각 몇 %씩 사는 것이 가장 좋을까?”
위험은 가능한 한 낮추면서 원하는 수준의 수익은 확보하고 싶다면, 이제 계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수많은 비중 조합 가운데 더 나은 조합을 찾아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룬다.
[통계와 투자 03] 얼마씩 사야 가장 좋을까 — 마코위츠 포트폴리오 최적화
참고문헌
- Markowitz, H. (1952). Portfolio Selection. The Journal of Finance, 7(1), 77–91.
